들어가기 전에
얼마 전 구글 관련 글을 올렸었는데,
사실은 오늘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필요한
사전지식을 정리하기 위함도 있었다.
안 읽고 오신 분들은 얼른 읽어보고 오시고,
읽고 오신 분들은 바로 본론으로 가보자고~
행동주의 펀드
얼마 전, TCI라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에서
알파벳 CEO인 순다 피차이 형님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냈다.
요구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
1. 직원 숫자가 너무 많으니 줄여라.
매년 20%씩 늘리는 게 말이 됨?
폭풍 성장할 때나 그렇게 늘리는 거지, 지금은 성장도 꺾였잖아!
2. 직원들의 연봉이 너무 높다.
옆 동네 마소보다 67%나 더 주는 게 말이 됨?
핵심 개발자들 연봉은 그렇다 쳐.
일반 직원들한테는 왜 이렇게 많이 줘?
3. 서비스 마진의 목표치를 만들어라.
우리 구글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좀만 노력하면 40% 할 수 있는 거 다 알아.
4. 돈 안되는 짓거리 좀 자제해라.
Other bets 이거 뭐냐?
돈 먹는 하마잖아? 적당히 좀 해라!
5. 자사주 매입 좀 더 팍팍해라.
옆집 애플이 하는 거 봐봐라. 얼마나 잘해?
너도 애플이처럼 좀 해봐!
구글의 DNA
결론은 경영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라는 것인데,
사실 구글의 DNA는 경영, 효율과는 거리가 멀다.
공돌이 대학원생 둘이서 '세상을 바꿔보자'라는 모토로
차고에서 끙끙거리며 출발한 회사가 바로 구글.
경기가 이렇게 어려워지기 직전까지도
최고의 인력을 최고의 연봉을 주고 데려가는 곳이었다.
'돈은 얼마가 들던 괜찮으니 최고로 데려와!'
세상을 바꾸겠다는데 그까짓 연봉 몇 푼이 문제인가?
Other bets가 돈이 안되니까 줄이라고?
딥마인드? 바둑 잘 두는 인공지능 만들어서 어디에 쓰냐고?
세상을 바꾸는데 쓰인다.
창업주들의 DNA가 아직까지 남아있기에 이런일이 가능한 것.
즉, 이번 행동주의자들의 요구는 단순히
'경영 좀 똑바로 해라~'의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구글'에서 '경영과 효율의 구글'로,
아예 구글의 DNA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DNA 바꾸기
아마존 분석 편에서 다룬 적 있지만,
회사의 DNA를 바꾸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잡스의 애플을 오늘날 팀 쿡의 애플로 성공적으로 바꾼
팀 쿡이 정말 예외적인 케이스인 것.
게다가, 알파벳은 아직도 창업주 둘이서
의결권의 과반수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이사회에도 둘이 나란히 들어가 있다.
즉, 창업주 둘이서 맘먹고 드러누우면
외부에서는 뭔 짓을 하더라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요구는 과연 먹힐 것인가...?
이번 편은 수비 측, 구글의 입장을 봤다면
다음 편은 공격 측, 헤지펀드 쪽을 살펴볼 예정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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